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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잡은 나무 한 그루: 마트 경영과 사투(死鬪)의 철학

by 농수도 2026.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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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나의 겨울은 강원도 양구군 두무리의 깊은 산골짝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의 겨울은 잔혹하리만치 차가웠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었다. 당시 나는 겨울산의 매서운 추위를 뚫고 약초를 캐러 다녔다. 깊은 눈을 헤치고 찾아낸 약초는 시장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귀한 자산이었고, 그 돈으로 나와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꾸려나가곤 했다.

산행은 늘 선택의 연속이었다. 강원도의 산세는 완만하게 품을 내어주다가도, 어느 순간 칼날 같은 경사를 드러내며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곤 했다. 약초꾼의 눈에는 위험한 절벽일수록 더 귀한 약초가 숨어 있을 것만 같은 묘한 욕심이 고개를 든다. 이성적으로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앞의 약초를 발견하는 순간 발걸음은 이미 가파른 경사지로 향하고 만다. 그것은 생존을 향한 집착이자, 인간 본연의 욕심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눈앞에 보인 약초에 홀려 무리하게 경사지를 내려가던 중, 발밑의 땅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 아래가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라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몸은 이미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본능적으로 뻗은 손에 나무 한 가지가 잡혔다.

허공에 매달린 채 아래를 내려다본 그 순간의 공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손을 놓는다면 죽음이거나, 혹은 감당할 수 없는 중상뿐인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 했을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리고 근육이 터져나갈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나는 말 그대로 ‘죽을 힘’을 다해 그 나무를 붙잡았다. 내가 가진 모든 생명력을 그 한 손에 모아 기어코 절벽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인간의 의지가 한계를 돌파할 때 어떤 기적을 만드는지 온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세월이 흘러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마트의 현실 또한 그때의 산행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경영의 세계에서도 우리는 가끔 자신도 모르게 낭떠러지 앞에 서게 된다. 매출은 하락하고, 이익보다 손해가 커지기 시작하는 지점. 그것은 경영자에게 있어 발밑이 무너져 내리는 절벽과도 같다.

많은 이들이 매출 하락을 시장의 탓, 경기의 탓으로 돌리며 서서히 포기를 말하곤 한다. 그러나 내가 양구의 절벽에서 배운 진리는 명확하다. 낭떠러지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명이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해 그곳을 벗어나려는 ‘의지’다. 경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나는 그때 그 절벽에서 나무를 붙잡았던 그 간절함으로, 죽을 만큼 일하고 있는가?"

마트 매출 증대를 위한 수많은 전략과 마케팅 기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든 방법론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경영자와 구성원의 정신 무장이다.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절벽에서 손을 놓는 것과 같다. 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순간은 경고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마지막 사투를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다.

내가 다시 일어나 절벽 위로 올라왔을 때 비로소 새로운 산길이 보였듯, 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경영자가 죽을 각오로 현장을 누비고, 상품 하나하나에 생존의 절실함을 담으며,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면 매출은 반드시 응답한다.

추락하는 매출을 보며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것은 차별화된 서비스일 수도 있고, 압도적인 신선도일 수도 있으며, 혹은 고객을 대하는 진심 어린 태도일 수도 있다.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살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곳에 반등의 기회가 있다. 지금 마트의 경영 상태가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것처럼 위태롭다면, 다시 한번 신발 끈을 조여 매자. 죽을 힘을 다해 그 위기를 벗어나기로 결심하는 순간, 정체되었던 매출의 숫자는 다시금 꿈틀거리며 상승의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포기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오직 살아남아 정상에 서는 법만을 기억할 뿐이다.

 

마트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김선규 - BOOKK 서점

 

마트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 김선규

2026년, 인공지능과 무인 시스템이 세상을 덮어도 결코 변하지 않는 매장의 본질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저자 김선규는 마트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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