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을 되돌려 1994년 8월 초로 가보겠습니다. 당시 저는 한 종묘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고, 하루 일과를 마친 퇴근길은 늘 녹초가 되곤 했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막 잠자리에 들려던 밤 9시경, 창밖으로 심상치 않은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소나기가 아니었습니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쏟아지는 폭우를 보며 제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하우스 안으로 물이 들이닥쳐 애써 키운 종묘들이 다 망가질 텐데...'
고민은 짧았습니다. 저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시 작업복을 챙겨 입고 하우스로 달려갔습니다. 어두컴컴한 밤,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하우스 주변 배수로를 점검하고 물길을 돌리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비는 점점 거세졌고, 제 옷은 이미 살갗에 달라붙어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상태였습니다. 고독했고, 몸은 고됐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위에서 떨어지던 거센 빗줄기가 갑자기 멈췄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누군가 제 위로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습니다. 바로 저와 함께 일하던 동료였습니다.
그 동료 역시 집에서 쉬던 중 하우스 걱정에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비에 흠뻑 젖어 일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조용히 다가와 자신의 우산을 내어주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느낀 것은 단순히 '비에 안 젖어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아니었습니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곳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강한 유대감이었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폭우 속에서도 웃으며 함께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를 그 밤이, 동료와 함께였기에 소중한 자산을 지켜낸 승리의 밤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여러분, 우리 마트 현장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동료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습니다.
- 계산대에 손님이 갑자기 몰려 동료의 손길이 바빠질 때,
- 박스 적재 작업 중에 물품이 쏟아져 누군가 당황하고 있을 때,
- 고객의 까다로운 응대로 마음이 지쳐가는 동료를 볼 때,
그때가 바로 우리가 '우산을 씌워주어야 할 골든타임'입니다. 동료가 거친 비를 맞으며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옆에서 "그건 네 담당이잖아" 혹은 "나는 내 할 일 다 했어"라며 지켜만 보는 것은 결코 진정한 동료의 모습이 아닙니다.
함께 노를 저어야 배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한 명만 노를 젓고 나머지가 구경만 한다면 그 배는 제자리를 맴돌거나 결국 거친 파도에 휩쓸리고 말 것입니다.
왜 동료를 돕는 것이 매출과 직결될까요?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 에너지의 전염성: 동료들 간의 분위기가 좋으면 매장 전체에 활기가 돕니다. 고객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 기운을 느낍니다. 즐겁게 일하는 직원들이 있는 곳에 손님은 다시 오고 싶어 합니다.
- 업무 효율의 극대화: 혼자서 1시간 걸릴 일을 둘이서 손을 맞추면 20분 만에 끝낼 수 있습니다. 남은 40분은 고객 응대와 상품 진열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위기 대응 능력: 예기치 못한 컴플레인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 일"처럼 도와주는 동료가 있다면 어떤 위기도 신속하게 해결됩니다. 이는 곧 고객의 신뢰로 이어집니다.
단순히 각자 자기 맡은 일만 100% 해내는 조직은 딱 그만큼의 성과만 냅니다. 하지만 동료가 힘들 때 우산을 씌워주고, 함께 노를 젓는 조직은 200%, 아니 그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저는 1994년 그 밤, 동료가 씌워준 우산 아래에서 '함께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우리 마트가 지역 최고의 매장으로 거듭나는 비결은 거창한 마케팅 기법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내 옆의 동료가 비를 맞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는 마음, 그 따뜻한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옆에 있는 동료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보십시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이 한마디가 우리 마트의 미래를 바꾸고, 우리 모두의 성장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한 배를 탄 동료입니다. 함께 노를 저어 승리의 항해를 시작합시다!
https://bookk.co.kr/bookStore/69c632071cb49d57d7910ed6 마트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마트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 김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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