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대한민국 전체가 외환위기(IMF)라는 거대한 파도에 흔들릴 때, 저는 안성의 들판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머물던 비닐하우스는 단순한 농사 현장이 아니라 생존을 건 거대한 교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토마토를 재배하고 수천 개의 수박 접목묘를 생산했습니다. 접목(椄木)이란 연약한 줄기를 잘라 튼튼한 뿌리를 가진 대목에 붙이는 정교한 작업입니다. 잠시만 손이 어긋나도 생명은 끊어집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모종을 살피던 그 시절, 저는 깨달았습니다. 비닐하우스의 온도 조절 실패가 농사를 망치듯, 경영자의 판단 미스가 조직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반드시 시련이 찾아옵니다. 잎이 마르고 줄기가 힘을 잃을 때, 초보 농부는 당황해서 무턱대고 약부터 뿌리지만, 노련한 농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원인'부터 찾습니다.
생리장해와 영양부족은 환경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료가 모자라거나, 물이 과하거나, 온도가 맞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식물의 잘못이 아닙니다. 주인이 적절한 영양을 주고 환경을 개선하면 식물은 반드시 다시 일어섭니다. 하지만 병충해는 이는 외부의 적이 침입하거나 내부에서 균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정 직원이 문제를 일으킬 때, 우리는 냉정해져야 합니다. 그가 업무 숙련도가 낮아 헤매는 것 이라면 경영자는 '교육'이라는 비료를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의 태도나 인성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면, 그것은 교육으로 해결될 영역이 아닙니다. 살릴 수 있는 자와 도려내야 할 자를 구분하는 눈, 그것이 경영자의 첫 번째 덕목입니다.
수천 개의 모종이 밀집된 하우스 안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농부의 심장은 얼어붙습니다. 이때 농부는 스스로에게 단호하게 묻습니다.
전염성이 없는 병이라면 농약을 살포해 치료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전염성이 있는 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발견 즉시 뿌리째 뽑아 소각하거나 철저히 격리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순간, 보이지 않는 포자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 옆에 있는 건강한 모종들까지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매장 운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부정적 습관의 전염'입니다. 한 명의 근태 불량, 업무 시간 중의 음주, 도덕적 해이를 '인정'이라는 이름으로 방치하는 순간, 조직 전체의 룰은 무너집니다. 성실했던 동료들조차 "나만 규칙을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방치된 한 명의 방종은 조직 전체를 썩게 만드는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입니다.
농부에게 가장 괴로운 순간은 멀쩡해 보이는 작물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내일부터는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판단을 흐립니다. 하지만 1998년 안성에서 제가 배운 것은 '결정 과정이 조금만 늦어도 피해가 막심해진다'는 잔혹한 진리였습니다.
즉 단순한 실수나 교정 가능한 잘못은 명확한 상벌 체계를 통해 기회를 주어야 하며 법률적 문제, 인성적 결함, 고질적인 나태함은 치료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판단을 잘못해서 건강한 작물을 버리는 것도 비극이지만, 병든 작물을 품고 있다가 전체 하우스를 태워 먹는 것은 경영자의 '직무유기'입니다. 신중하되, 판단이 섰을 때는 단호해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착각합니다. 직장이 개인의 부족함을 무한히 기다려주고 가르쳐주는 교육 기관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직장은 학원이 아닙니다. 농부가 키운 모종은 시장에서 선택받아야 할 '상품'입니다. 직장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은 매장의 생존과 직결된 품질 관리와 같습니다. 매일 지각하거나 룰을 어기는 직원은 품질 규격에 미달한 상품과 같습니다. 정확한 룰이 없는 경영은 비닐하우스 문을 활짝 열어두고 농사를 짓는 것과 같습니다. 상벌이 확실해야만 건강한 작물이 대접받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1998년 안성의 뜨거웠던 여름을 기억합니다. 하나의 작물을 위해 세심하게 관찰하되, 전체 하우스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눈물을 머금고 손을 더럽혀야 했던 그 시간을 말입니다.
경영은 생명을 다루는 농사와 같습니다. 당신의 매장이라는 하우스 안에서, 지금 치료해야 할 작물은 무엇이고 과감히 뽑아야 할 잡초는 무엇입니까? 확고한 원칙과 단호한 결단만이 여러분의 매장을 늘 푸른 숲으로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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