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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자서전

여주 농우종묘 육종연구소에서 무와 배추를 재배한 이야기

by 농수도 2021.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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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6월 방학을 맞이하였습니다. 대학은 고등학교와 다르게 일찍 방학을 하는데요. 여름방학이 2달이 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있답니다.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던 중 교수님이 여주에 있는 농우종묘육종연구소를 소개해 주었답니다.

원예과였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뛰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수업시간에 귀가 닳도록 배웠기 때문에 "정말 이론과 얼마나 틀릴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었죠. 이에 따라 무조건 "제가 그곳을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 농우종묘육종연구소를 찾아 갔습니다. 처음 도착해서 소장님과 인사를 나눈 다음 연구소를 돌아보았답니다.  처음에 연구소라고 해서 수많은 실험 도구와 각종 장비가 나를 기다릴 줄 알았지만 내가 해야 할일은 단순한 작업이었습니다. 그 일은 다름 아닌 증식부였는데요 증식부는 다른 부서에서 연구해서 개발해 놓은 종자를 포장에서 재배하여 씨앗을 생산하는 단계 이기 때문에 크게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실망은 했지만 이번 기회에 세부적인 연구보다는 어쩌면 이렇게 실제 재배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 본격적인 재배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배추, 무종자 수확을 하였답니다.

배추는 저온에 부딪치면 꽃눈분화가 일어나는데 우리가 배추를 재배할때와 온도 및 빛 조건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일반 재배 시 꽃대가 올라오면 그 배추는 버려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씨앗을 생산 하기 때문에 꽃대가 올라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무 역시 마찬가지로 기온이 10도 이하로 2주 이상 계속되면 꽃대가 나오기 때문에 관리상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곳에서는 꽃을 피우고 꿀벌도 함께 키워 수정이 잘 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합니다.

여름철 7월의 하우스 온도는  50도가 넘어 60도 까지 올라가는데요. 더위에 강한 나로서는 별문제 없이 일을 배워 나갔습니다. 일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죠. 농약살포 및 종자선별 작업등은 단순한 일 등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곳 시설은 CO2 발생기, 씨앗 냉장 저온기, 그리고 100여 개의 온실과  적당한 규모의 노지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발아율조사와, 노지에 재배하였을 경우에 발생하는 각종 현황에 대하여 배웠는데  문제점도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발아율을 조사하기 위해 100평 규모의 노지에 폴리에틸렌 필름 0.01mm ×90cm를 피복하여 10cm 간격으로 구멍을 뚫습니다.

 

그 다음 씨앗 3알씩을 정확하게 뿌려야  하는데 뿌리는 과정에서 뿌리는 사람에 따라서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씨앗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3알씩 뿌리고 나서 3일 후 조사를 하면 어떤 곳은 4개씩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실수일 가능성도 있지만 예전에 있던 씨앗이 이번 실험에 함께 올라오는 경우일 수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실험은 지난번에 같은 품종을 재배한 곳을 사용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토지를 완전하게 소독하여 외부의 환경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했습니다. 또한 방충시설과 관수 등의 시설을 갖춘 다음 관리를 실시하였습니다.


또한  더운 여름에 일을 했지만 다행 중 하나는 저수지가 하나 있었서 땀에 흠뻑 젖을 때에는 저수지에 들어가 수영을 하면서 땀을 식힌 기억이 납니다. 농우종묘에서 경운기 운전하며 농약살포, 거름주기, 하우스 태양열 소득, 염류 축적 방지하기 위하여 하우스 안을 물로 앃겨내려가게 하는 것 등 사소한 일이었지만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비록 책하고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그들만의 노하우로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에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 것 같았고 또한 "시골에서 살 때 이런 몇 가지 방법을 알았으면 보다 쉽게 농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만들어 냈습니다.

농우종묘에 일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그곳 마을 사람들과 두터운 정이 있었는데요. 마을에서 어떤 생일 잔치등이 있으면 함께 마을에 가서 함께 기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답니다. 어떤 회사가 잘되기 위해서는 그 주변마을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과 유대 관계가 없을 경우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 문제는 크기와 관계없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농우종묘에서 배운것을 크게 3가지를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시간을 아껴라

일을 하면서 어떤때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 4시까지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실에 들어가서 씨앗을 선별하여 100개씩 구분하여야 하는 작업을 할 때가 있었는데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컬러 선별기가 그 당시에 없었기 때문에 작은 종자를 선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시간 활용이 매우 중요했으며 그날 해야 할 일은 반드시 그날 해야 했습니다.

즉 내일은 또 다른 일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적당한 계획을 세우고 일을 해야 했습니다. 중간에 놀면 결국 그것은 업무 끝나고 일이 되기 때문에 업무 과다로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직원 간의 유대관계이다.

물론 마을사람들과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직원 간 유대관계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며 노동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서로의 일을 도와주는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각자 맡은 일이 있었지만 그 일이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요.  이때는 지켜보는 것보다 함께 그 일을 해서 빨리 끝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농우종묘는 육체적인 노동이 필요할 때가 많은 편입니다. 그때마다 그냥 힘든  일을 하게 되면 다음에 그리고 그다음에 일을 계속 이어나가면 몸은 버티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1주일에 1번 정도 직원 간 회식자리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회사 밖에서 가까운 식당에서 간단하게 소주 한잔 하면서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었습니다. 타 직종보다 육체적인 일이 많을수록 더 많은 회식자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로 협동하는 자리를 만드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이것은 바로 능률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력이다.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하고 있고 그리고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라는 이야기처럼 잠을 자게 되면 늦는 것은 옛날이야기이다. 지금은 숨 쉴 시간조차 아까운 시대입니다. 물론 적정 휴식은 필요하지만 그 적정 휴식이 길어지면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만큼의 적정한 휴식 후 바로 일을 해야 합니다. 잠시 쉬고 나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쉬지 않은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각자의 맡은바 일에 자부심을 갖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종묘회사는 그동안 크게 흥농종묘, 중앙종묘, 농우종묘가 있었지만 지금은 흥능 종묘와 중앙종묘는 외국으로 넘어갔고 지금은 국내 농우종묘가 농우바이오로 명칭을 바꾸어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종묘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씨앗을 단순하게 들여와서 우리나라 토질에 맞게 변형시켜 판매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재래종을 활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구시설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 또한 필요합니다. 미래는 종자의 전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은 계속 바뀌고 사람들의 식생활 또한 변화하기 때문에 변화에 맞는 종자 생산은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개인별 맞춤 종자가 생산 될것 입니다.  암환자가 먹는 작물, 심장병 환자가 먹는 작물 등 약용작물을 비롯하여 IQ 및 EQ가 발달하는 작물 등 각자에게 필요한 작물을 계약 재배하여 판매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상상하는 곳에서 비롯됩니다. 이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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