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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자서전

나의 어느 겨울날 이야기

by 농수도 202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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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8 17:21:56
 
사람이 지치고 힘들때가 있다. 그때는 나의 어렸을때를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오늘의 나를 생각해보자. 
그때보다 지금이 더 편하고 행복하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도전하지 않고 해보지도 않고 걱정하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의 당연한 심리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힘들다고 해서 도전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도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일지도 모른다.

1982년 난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내이름도 난 쓸줄 몰랐다. 그것이 자랑은 아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끄러운일도 아니였다. 시골마을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공부가 아닌 일이였기 때문이다.
겨울에 산에 올라가서 땔깜준비하는 것이 일상이였고 여름에는 논과 밭에 올라온 잡풀들을 제거하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너무 심심해서 산뒤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산 정상에 올라가 저 멀리 보이는 또다른 마을과 길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집에는 창문 하나도 없이 한겨울에 매서운 칼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문이 있었는데 그 문과 문틀이 맞지 않아 문고리에 끈을 매달아 힘껏 잡아당겨 고정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방안에는 저녁 소여물 끌여주고 남은 숯으로 가득찬 화로가 있다. 그불은 새벽까지 방 온도를 올려주는 난로와 같았다. 하지만 저녁에 물 마실려고 방안에 나눈 물그릇은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꽁꽁 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내 몸은 추운 겨울은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이 오면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사랑방에 있는 할머니에게 "진지드세요 할머니"말하고 나서 밥을 먹는다. 반찬이라고는 김치 하나 밖에 없다. 국도 없다. 밥과 김치  그리고 물이 전부이다. 그럼 난 김치가 질려서 먹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김치를 조금씩 잘라서 숟가락에 밥 한스푼 잔뜩 올리고 김치 자른것을 밥에 올려서 입에 문다.

햇빛이 들어 오면 외양간으로 향한다. 소를 끌고 밖으로 나온다. 너무 추우면 그냥 나두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를 겨울내내 가두워 놓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밭으로 끌고 나가 밧줄을 길게 매워 둔다. 소는 추위에도 강하였다. 볏집을 한가득 안고와서 깔아주면 소는 좋다고 그 위에서 뒹굴면서 논다.
그리고 지난 가을에 옥수수 수확학고 남은 옥수수대를 집으로 가져와 먹기 좋게 카터기를 이용하여 잘라준다. 카터기는 전기로 하는 것이지만 워낙 소리가 크고 위험해서 항상 조심한다. 멀리 떨어져서 옥수수를 한두개씩 집어 넣으면 알아서 잘라 준다. 그렇게 자른 옥수수대를 모아 일부는 가마솥에 넣고 일부는 소에게 준다. 옥수를 맛있게 할려고 벼를 도정할때 나오는 미강을 함께 뿌려주면 매우 좋아한다.
그다음 냇가에 가서 물동이로 물을 길러와 가마솥에 부은다. 집에 우물이 있지만 작두펌프가 있지만 당시 우물을 파는 과정에 아래 커다란 너래바위가 있어서 더이상 파지 못하고 그냥 작두펌프를 묻어 두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은 여름에는 100리정도 나오지만 겨울에는 영 아니다. 많이 나와야 50리터 나올까 말까 하다. 그래서 집에서 50여미터 떨어진 냇가에 가서 물을 길러와 가마솥에 5~6번 넣는다. 냇가물이라고 해도 지금 마트에서 사 먹는 물보다 훨씬 시원하고 맛있다.

그렇게 하면 오전이 간다. 점심은 먹을때도 있고 안먹을때도 있다.
오후가 되면 리어카를 끌고 시골길을 올라간다. 산동네 이고 차도 없다. 비포장도로에 차한대 지나갈 공간이지만 차사고는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다. 리어카를 끌고 올라가면 길가에 있는 아카시아나무를 낫과 톱을 이용하여 잘라서 리어카에 담는다. 물론 산에 있는 나무를 자르면 되겠지만 일반 나무들은 바로 잘라서 불피우면 안탄다. 하지만 아카시아나무는 달랐다. 자르고 바로 불피워도 된다. 또한 밤나무는 가스가 나온다고 해서 절대로 불피우면 안된다고 한다. 화로에 밤나무 숯이 들어가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구토증상까지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면 내세상이다. 노는 시간이 돌아 온것이였다. 하지만 시골이라 함께 놀 친구들이 없다. 옆집 아이들과 함께 눈싸움도 하면서 보내고 싶지만 너무 어리고 그렇다고 어른들은 모여서 이야기 하지만 난 함께 할 수 없다.
갈곳은 냇가이다. 냇가에갈때 톱을 들고 나가 어름을 자르고 어름배를 만든다. 그때만해도 냇가가 바다처럼 넓어 보였는데 지금 다시 가보면 작는 냇물에 불과하다. 그곳에서 어떻게 놀았는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어름배를 만들고 그 위에서 왔다 갔다하면서 보면 많은 물고기들이 보인다. 주변에 커다란 돌을 들어 어름을 내려 치면 그 밑에 있던 고기가 배를 위로 하고 뜨면 손을 담가서 물고기를 잡아 올린다. 손도 함께 얼어버리는 느낌이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먹기 위해 어름배 위에 돌맹이를 깔고 그 위에 냇가에 버려진 각종 나뭇가지등을 가져와 불을 피우고 그 위에 물고기를 철사에 끼워 굽기 시작한다. 소금도 없지만 그렇게 구워서 먹는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세상 음식이 맛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때 그맛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물론 지금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구워 먹는다고 해도 그 맛은 나올 수 없다. 그때 시절 그상황에 맞는 것은 그 순간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벌써 해가 진다. 집에 들어갈 시간이다.
집에 들아가 소여물을 담아놓은 가마솥에 불을 지핀다. 불이 활활타기 시작하면 뒷밭에 묻어 두었던 감자구덩이에 가서 감자 몇개을 들고와 불덩이에 넣는다. 가끔씩 고구마를 심는 해가 있지만 고구마가 잘 되지 않아 고구마 먹기는 매우 어려웠다. 그렇게 감자를 구워서 먹으면서 불을 때다 보면 가마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 온다.
그리고 밭에 있는 소를 다시 끌고 집으로 온다. 소들이 아주 신나서 난리다. 그리고 소 밥그릇에 낮에 자른 옥수수를 집에 넣고 그 위에 가마솥에 있는 육수를 주면 소들은 주인도 몰라보고 먹는다. 가끔은 내 얼굴도 햟기도 하지만 별로 그 느낌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난 갈고리를 이용하여 소 털을 다듬어 준다.
 
그리고 나면 저녁이다. 저녁도 밥과 김치이다. "엄마 나 저녁 안먹을래.. 또 김치잖아?" 그러면 엄마는 "오늘 저녁은 그러면 부친개 해줄까" 하면서 밀가루를 꺼내온다.  화로에 숯을 넣고 그위에 후라이팬에 콩기름을 넣고 감자를 반 잘라서 기름을 후라이팬 바닥에 골구루 무친다.

그리고 백김치를 기름칠한 후라이팬 위에 3개를 올리고 밀가루 반죽한것을 올린다. 30초도 되지 않아 하나가 완성된다. "첫번째꺼는 할머니 드려" 말과 동시에 "할머니! 할머니! 부친개 드세요." 외치면 할머니가 사랑방 문을 열고 "먼저 먹어 난 배 안고파" 라고 대답을 한다. 그 말과 동시에 입에 넣을려고 하면 엄마는 다시 눈치를 준다. " 알았어요 엄마" 그리고 할머니에게 양념간장과 함께 부친개를 상위에 올려 드리고 나면 벌써 두번째 부친개가 완성되어 있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두번째 부터 5번째까지 내 배를 채운다. 그리고 나서" 엄마 배불러요. 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
하지만 집안에서 할 것이 없다. TV도 없고 라디오도 없다. 심심하다. 다행은 집에 책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옛날 책들이라 내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 많았지만 그래서 심심하니깐 잃었다. 집에 시계도 없었다. 시간도 모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등잔불에서 생활을 하다가 전기가 들어오니 세상이 이렇게 환한것에 신기할 나름이었다. 하지만 전기요금 아끼기 위해 불을 오랫동안 사용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책을 보면서 하루를 마감하게 된다. 
저녁에 부친개를 하고 나면 이웃집에서 아줌마 몇명이 온다. 그러면 엄마는  부친개를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겨울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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