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자서전

TV가 추억을 담는다.

by 농수도 2021. 11. 17.
반응형

어렸을 때는 참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냥 산과 물이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등잔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 전봇대가 세워지고 전깃불이 들어오더니 동네 한 집에 TV가 설치가 되었습니다. 

내가 살던 집에는 TV는 물론 전화기, 가스레인지도 없었고 라디오 한대가 세상소식을 전하는 전부였답니다.  그리고 그 삶에는 부족함도 없었고 더 이상 욕심도 없었습니다. 그냥 그것이 삶이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학교에 갔다가 돌아와 보니 얼마 전 장날에 본 TV가 집에 와 있었습니다. 당시 장날 전파에서 중고 흑백 TV가 5만 원에 파는 것을 보면서 한참을 쳐다본 것을 어머니가 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집에 TV가 생기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강원도 두메산골이라 TV가 잘 나올리가 없었죠. 지금처럼 유선방송이 있을 리도 없고 KBS1 방송만 그럭저럭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TV는 100V 였고 집 전기는 220V였기 때문에 변압기(변압기)도 있어야 하고 TV감도가 좋지 않아 안테나에 증폭기를 설치하고 안테나를 긴 나무 높이 매달아 여기저기 들고 다녀야 만 했습니다. 

집에 가 가까운 곳을 돌아다녀도 TV가 나오지 않아 결국 점점 안테나 설치 위치도 점점 멀어져 갔고 큰 목소리로 TV가 나오는지를 서로 확인을 해야 해서 목소리가 쉬기도 하였답니다. 

이렇게 엄청난 노력을 해도 TV에서 나오는 영상은 잘 보이지 않고 소리만 그럭저럭 들릴 정도였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죠.

 TV가 생기니깐 다시 컬러 TV에 욕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난 무지개 빛깔 비닐 등이 있으면 화면에 붙이고 컬러 TV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채널 돌리는 것이 부러져 어머니에게 혼나기도 하였지만 TV는 결코 오랫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TV가 100 볼트여서 변압기를 사용하였는데 변압기가 어느 날 고장이 나서 사용 안 한 것을 모르고 그냥 220 볼트에 연결했더니 더 이상 TV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TV가 사망을 한 것이었습니다. 뭐. 휴즈가 나간 것이었지만 시골이라 휴즈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기 때문에 몇 달 동안 그냥 TV를 장식으로 나 두었습니다.


언젠가부터 그 TV를 직접 고쳐 보겠다고 드라이버를 이용하여 뚜껑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엄청 큰 유리관이 보이자 겁이 났으며 '이거 터지면 죽는 것 아닌가' 하고  떨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탄 휴즈를 보고 고민을 하다가 껌을 포장하는 은박지를 이용하여 연결하여 TV를 살려 놓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럭저럭 시골에서 TV를 보게 되었지만 그 TV 역시 얼마 되지 않아 완전하게 하늘로 떠났습니다. TV를 새것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중고로 5만 원을 주고 구입한 거라 금방 돌아가실 수밖에 없던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는 않았습니다. TV가 없어도 별로 불편한 것이 없었으니깐요.

728x90
반응형

댓글